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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장 (1) - 알바 메뚜기
3월에 입사한 주부직원님께서 사정이 있어 그만 둔다고 하신다. 아...다시 앞이 깜깜해졌다. 지난 3개월, 덕분에 숨 쉴 수 있었는데 말이다. 넋을 놓고 있을 수 없다. 당장 알바몬에 구인공고를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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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장 (2) - 리뷰의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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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매장에 방문하신 고객님께서 문의 하실 것이 있다고 번호 남기셨어요.
네, 번호 알려주세요. 연락 드려 볼께요.
직원에게 번호를 받아 먼저 문자를 남겼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입니다.
문의사항이 있으시다고 해서 메세지드려요.
통화 어려운 상황이실지도 몰라서 메세지 먼저 드립니다.통화 가능 하실 때 회신 주시면 전화 드리겠습니다.
한참 있다가 문자메세지가 왔다.
지금 괜찮아요.
바로 전화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입니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다고요.
오늘 방문해서 먹어봤는데 맛있어서
매일 먹으러 갈건데 혜택 없어요?
아, 네. 고객님
저희 매장에는 매일 드시러 오시는 분이 많으셔서요 ^^;;
(이런 문의는 처음이라 뭐라고 답을 해야 할 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매일 오신다고 해서 드리는 혜택은 따로 없고요
선불권이 있어서 10만원 이상 결제 하시면 추가 적립을 해 드려요.
그래요? 현금으로 할건데도 더 안 빼줘요?
네, 고객님. 죄송하지만 할인을 해 드리진 못하고
10만원 현금 결제 하시면 추가 1만원 적립
카드결제 하시면 추가 5천원 적립 해 드리고 있습니다.
(아니, 왜 자꾸 깎아달라고 하시지...동네 구멍가게인 줄 아시는건가
목소리가 나이가 좀 있으신 것 같아서 공손하게 대답을 하면서도
슬금슬금 짜증이 올라오려고 했다)
매일 갈거니까 카드로 결제해도 1만원 적립 해줘요.
아, 네. 고객님. 너무 죄송하지만
모든 고객님께 동일 하게 적용하는 제도라서 카드로 결제 하시면 5천원 추가 적립 되십니다.
죄송합니다.
네, 알겠어요. 다시 연락할께요
고객님께서는 재차 설명을 드려도 정해진 혜택보다 더 많이 달라고 계속 우기셨지만
계속 어렵다고 하는 나의 안내에 결국 알겠다며 전화를 끊으셨다
수화기 넘어로 들려온 목소리는
편견을 갖고 싶지는 않았지만 딱 극성스러운 아줌마 느낌이었다.
아흑, 이런 응대는 너무 싫다.
전화를 끊고나서 왠지 진이 빠졌다.
며칠 후 매장으로 한 손님이 찾아오셨다.
얼마전에 전화했던 사람인데요,
매일 올거라며 계속 깎아달라던 고객님이셨다.
통화를 할 때는 50대 쯤의 진상 만랩 착장하신 구두쇠 느낌의 아주머니 일 거라고 상상을 했는데 매장으로 찾아오신 분은
의외로 머리가 희끗하시고 잘 차려입으신 교양있어보이는 할머님이셨다.
살짝 옷차림을 보니 부자이실 것 같은데...왜 그리 깎아달라고 하신걸까? 아, 평소에 아끼셔서 부자가 되신걸까?
머릿속으로 스쳐가는 생각들을 떨치고 고객님께 인사를 인사를 하며 할인을 해 드리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괜찮아요.
선결제 하면 적립 해 준다고 했죠?
10만원 결제 해 주세요. 하며 카드를 내미셨다.
카드를 받아 10만원을 결제하고
회원등록을 마치고 105,000원의 포인트를 적립 해 드렸다
할머님의 뒤에는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님 한 분이 서 계셨다.
할머니께서는 계산을 마치시고 할아버님을 좌석에 앉게 하신 후 할아버지 옆으로 나란히 앉으셨다.
주문하신 음식이 나와 불러 드리니 할머니께서 쟁반 두개의 음식을 들고 가
아까와 같이 할아버지 옆에 나란히 앉으셔서 식사를 하셨다.
가만히 살펴보니 식사를 하시면서 할머니께서는 계속 할아버지의 식사를 살피고 계셨다.
우리집에는 대부분 운동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젊은 고객이 많은 편이라 그런지
어르신 두 분이 나란히 샐러드를 드시는 모습을 보니 뭐랄까 신기하기도 하고 무슨 사연이 있으신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어르신 두분은 식사를 다 마치시고 쟁반을 반납하려고 자리에서 일어서고계셨다.
카운터 안 쪽에 있던 나는 얼른 나가서 한 분의 쟁반을 받아 리턴 트레이에 올렸다.
쟁반을 들고 돌아서면서 보니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있었다.
고객님, 어떠셨어요?
맛있게 드셨어요?
네, 맛있네요. 잘 먹었어요.
그런데 아침에 몇시에 문 여시죠?
네, 고객님. 지금은 8시 30분에 오픈하고 있어요.
네. 알았어요.
잘 먹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잘 먹었다는 인사를 남기시고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를 부축 하시고 매장을 나가셨다.
매장을 나서는 어르신의 뒷 모습을 보니 궁금증이 더 해졌다. 무슨 일이 있으셨던걸까?
두 분의 사연을 알 수는 없고 외모로 판단을 할 수도 없지만
두 분의 옷차림이 깔끔하시고 잘 차려입으신 모습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건데
할아버지께서 사회생활을 하시다가 갑자기 병환을 얻으신것이 아닐까 싶었다.
걸으실 때 불편해 보이는 걸음, 말씀을 한 마디도 하지 않으시는 것만 빼면 참 멋쟁이 할아버지셨다
그 날 이후 두 어르신 고객님은 매일, 혹은 이삼일에 한 번 씩 매장을 방문 하셔서 식사를 하고 가셨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께서는 할아버지께 당신이 해 봐요. 라고 한마디 하셨다.
한마디 말씀도 없으셨던 할아버님께서 주문을 하셨다.
그..그..린..샐러드. 2개, 2개..손가락 2개를 펼쳐 보이셨다.
더듬 더듬 할아버님의 목소리를 처음 듣고 아...괜시리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그리고 어느날은 할아버님께서 혼자 오셨다.
하나, 하나. 매일 드시던 메뉴를 하나마달란 말씀이셨다
그리고는 오, 육, 칠, 팔 천천히 등록된 번호를 불러주셨다.
두 분의 모습은 마치 엄마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손잡고 데리고 다니는 모습과 같았다.
뒤뚱 뒤뚱 걷는 아이를 잡아주고 음식을 흘리며 숟가락질을 하는 아이가 스스로 잘 할 수 있도록
계속 알려주고 가르쳐주는 엄마의 모습말이다.
할아버님은 시간이 지날 수록 걷는 모습도 조금씩 나아지시고 주문도 곧잘 하셨다.
그리고 혼자 들르시는 날이 많아졌다.
어느날, 할머님께서 오랜 기간 보이지 않으셨다.
고객님, 왜 혼자 오세요~~~
미..국, 미국 갔어.
한참만에 할머님이 들르셨다.
미국에 잘 다녀오셨나보다.
할아버님께서 이제 어느정도 혼자 거동도 하시고
식사를 하러 다니시니 할머님께서 마음 편히 다녀오신거겠지?
그런데 거의 매일, 아니면 2-3일에 한번 씩 오시던 어르신들께서 한참을 오지 않으셨다.
괜시리 걱정이 되었다.
무슨일 이 있으신 것은 아니시겠지?
그렇게 걱정의 시간이 지나고
한참 있다가 고객님께서 얼굴을 비추시면
그렇게 반갑고 마음이 놓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 어르신들이 들르신 지 시일이 또 꽤 지난 것 같다. 날이 더워지니 여름 휴가를 일찍 가신거겠지?
혼자 걱정하던 차에 몇일 전 고객님께서 들러주셨다.
아, 다행이다.
두 분 건강하게 우리 집에 아침 식사 하러 계속 오시면 좋겠다.
지난 주에 들러가셨으니 오늘쯤 오시겠다..
설레는 마음으로 어르신 고객님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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