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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업 창업의 현실

요식업 창업 후 첫 방문 포장 손님 이야기

 

 

1.

(간략한 과거 이력)

20대 식자재유통회사. 7년재직. 그만둘때 총괄관리자.

30대초 술집 오픈(더늦으면 못해볼것같아 무작정 오픈)

2년 운영 후. 빚 1억2천.

그 후 2년간 배달업.

4개월 입원.(폐동맥이 막혀서 산소수치가 정상 이하, 폐렴)

현재 대출 잔액 3150.

1을 쓴 이유는

'준비없는 장사의 무서움'을 간략하게라도 알려드리고자.

'그래도 열심히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도 말씀 드리고싶어서 입니다.

2.

술집할때 인테리어 이쁘게하고 가게 앞에 데크깔고 소품사고 이래저래 투자한 돈이 전부 리스크로 돌아오는걸 느끼고

최소한의 투자.

최대한의 효율.

두가지를 경영포인트로 삼았습니다.

현재 가게 월세는 20만원이고, 딱 주방만 있으며(화장실), 권리금주고 들어갈때 그대로 장사중입니다.

간파도 기존가게꺼에서 안바꿨습니다. 돌출형간판은 철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번에 이사하고 오픈한 곳에서는 배달대행 쓰지않고 직접 배달 다 했습니다.(이전엔 개인업체, 부릉 썼었습니다.)

대신 가격 싸고, 양많고, 서비스 팍팍 드렸습니다.

직접 배달가니 그래도 돈은 남았습니다.(많이 버는건 아니구요;;)

3.

혼자 장보고, 재료손질, 주문접수, 요리, 배달, 응대까지 다 했습니다.

6km 떨어진 곳에서 만원짜리 배달 들어와도 다 갔습니다.

인지도가 낮으니 주문수가 적어서 가능했습니다. 재주문율이 높아서 단골들이 많아 기다려주시는 분이 대부분이었구요.

두달동안 찜 300개 리뷰 200개 달렸는데 4.0점 4개 나머지 모두 5.0입니다.

주문 몰리면 주문취소 접수중지 했습니다.

돈 더 못버는거는 마감하고나서 아까워하는 부분이고, 고객한테 제대로 해드릴 자신이 없어서였습니다.

전화드리면 보통 100분 걸린다고해도 기다려주셨습니다. 감사하면서 죄송스럽게도.

그럼 있는거없는거 다 드립니다.

15000원 주문에 500ml 콜라 하나 사이다 하나. 3900원에 판매하는 사이드 하나. 기본 제공되는 간식 한뭉치.

본 메뉴는 곱배기로 드렸습니다.

그럴때는 역마진이 나기도 합니다.

그래도 기다려주신게 감사하잖아요.

전 이미 돈주고 재료를 샀고, 고객이 결제한 돈은 어쨋든 들어오잖아요?

이제는 늦어도되니 서비스 안줘도된다고 요청란에 적어주십니다.

그럼 전화해서 "잘 받아야 잘사는거에요. 맛이 없으셨어요?ㅠㅠ"하면

웃으시면서 아니라고 매번 너무 많이 받아서 미안해서 그렇다고 해주십니다.

그 맘이 고마워서 전 또 더 드립니다ㅎㅎ

4.

오늘 드디어 배달대행업체랑 계약했습니다.

이제는 제가 혼자 할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점심시간 저녁시간 처음 10분 접수받으면 꺼야되서ㅜㅜ

(그래서 단골들은 문자로 몇시에 먹을수있냐고 연락옵니다.)

업체랑 계약하며 가장 중요한거 두가지는

배달가능지역

픽업후도착시간

이었습니다.

어차피 배달대행비용은 100만윈 기준 최대 30만원 나간다고 예상한거라 금액은 중요치않았습니다.

(고객님께 추가로 배달팁은 안받습니다.)

더 팔아서 지금만큼 벌면된다 생각했습니다.

5.

저녁시간에 누가 가게 문열고 들어오더라구요.

2의 이유로..남보여주기 부끄러운 가게인데.

(그나마 전날 대청소해서 다행ㅠㅠ)

"여기 ㅇㅇㅇ파는 곳 맞아요?"

"네. 어떻게?"

"포장해갈려구요."

"아..저 지금 배달 갔다오면 시간 좀 걸리는데."

"차에서 기다릴께요"

"ㅠㅠ죄송합니다."

근처라서 후다닥 배달 다녀와서

최대한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그와중에 빨리 만드는건 안했습니다.

어차피 기다릴 생각하고 계신분께는 1~2분 빠른거보다 맛있게 드리는게 더 중하다 생각했습니다.

기다리시는동안 과자 드시리고 서비스로 나가는 프링글스 하나씩 드리고ㅜㅜ

위에 말한 3900원짜리 서비스 하나 만들고, 콜라 사이다 챙기고,
캔커피도 식사하고 드시라고 챙겨드리고, 프링글스랑 또다른 후식 더 넣어드리고.

에고..차에서 드시더라구요ㅠㅠ

나중에 여쭤봤어요.

"배달비도 안받는데 왜 직접 오셨어요?" 하니

"주문 맨날 실패해서 그냥 왔어요." 라고ㅜㅜ

그래서 주소 여쭤봤더니 배달대행업체에서 배달제외된 지역이더라구요.

 

다음에도 직접 오신다며 연락처 주고받고 가셨습니다.

 

6.

가게를 하나 더 내서 바빠진 것도 있고, 두번째 가게는 단가가 높은 메뉴라 돈을 지금보다는 더 벌 수 있을것 같습니다.

저보다 훨씬 잘하시고 돈도 많이 버시는 분들도 많으신데.

제가 굳이 이런 글들을 쓰는 이유는 망했다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도 적어두면 누군가에겐 힘이 되지않을까해서입니다.

바닥치고 보니(그릇이 작아서 저정도도 제게는 바닥이었습니다ㅠㅠ)

정말정말 작은거 하나하나가 귀하고 소중하고 감사하더라구요. 고객님들도 알아봐주시고.

제 앞에 글 보면 아시겠지만 매출 얼마안되요ㅎㅎ

다들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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