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영업 생존자. 죽음에서 살아 돌아왔다.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상황을 나는 ‘생존자’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다양한 직업이 있지만 이토록 생존과 가족의 밥줄과 밀접하게 연결된 직업은 자영업자만한게 없다.
다른 직업들은 대부분 다른 일로 대체가 가능하고,
회사에서 나가더라도 이직이라는 선택지가 있지만 자영업자는 다른 대안이 없다.
가게에 낀 대출이며, 당장 나가는 고정지출이며 하는 요소들 때문이다.
즉 삶 자체가 내 가게에 달려있는것이다.
나는 망한 자영업자였다. 준비를 안한건 아니었다.
외식업에 뛰어들기전에 비슷한 메뉴의 식당에서 몇 달동안 일도 해보며 경험을 쌓았다.
가게 위치도 여러곳을 보면서 신중하게 결정한 자리였다. 그리고 처음엔 어느정도 장사가 됐었다.
“여기 열었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오며 물어보던 나이든 신사분을 얼떨결에 첫손님으로 받게되었고
그게 내 가게의 시작이었다. 손님들이 물밀 듯 몰려왔다.
13개 테이블은 밤7시가 되기도 전인데도 진작에 꽉 찼고, 나중에 온 손님들은 자리가 없냐고 아우성이었다.
가게에 손님이 올까? 라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어쨌든 첫날부터 문전성시를 이루니 내심 안도가 되었고
손님들을 신나게 받았다. 기다리다 지친 손님들에게 다가가서 자리가 없다고 죄송하다고 다음에 와달라고 했지만
얼굴은 좋아서 히죽 웃고있었다. 속으로 나는 이제 돈벌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불행의 서막이었다.
그렇게 두달이 지나자 가끔씩 매출이 폭락하는날이 하루씩 생겼다.
애써 외면하고싶었지만 그런 날들이 점점 늘어날뿐이었다. 그렇다. 오픈빨이 꺼진것이다.
결국 모든 오픈빨이 사라지고 내가 받아든 성적표는 일매출 20만원 가게였다.
월세가 310만원 자리였으니 이대로라면 월세가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생존할 수 없는 단계까지 간 것이었다.
그만둘 수 없었다.
내가 뾰족한 방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여기저기서 돈을 잔뜩 끌어서 가게를 열었고 계약기간도 한참 남아있어서
그만둔다는 선택지가 애초에 나에게 없었다.
어디서 들은건 있어서 블로그마케팅이니 하는것들을 해보았지만 그때뿐이었다.
손님들은 블로그를 보고 한번은 왔지만 그 손님들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나는 점점 절망에 빠졌다.
뭔가 내가 중요한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공부를 시작했다. 다른 잘되는 가게 공부를.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됐는가 하면, 지난달 기준으로 월매출 6천만원을 달성했다. 간판도 그대로, 메뉴와 가게 위치도 그대로다.
바뀐건 단 하나다. 바로 나였다. 전국에 나보다 매출이 훨씬 더 많이나오는 자영업자는 수없이 많을테지만,
일매출20만원 가게를 월6천만원으로 끌어올린 경험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연히 매출이 6천만원으로 오른게 아니라, 내가 전략을 세우고 그것을 하나하나 가게에 반영시켜서
‘의도적으로 끌어 올린‘ 매출이었다.
만약 내 전략이 정말 옳다면, 이것을 그대로 하는 다른 사장님들도 매출이 오를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속으로는 확신하고 있다. 내 방식을 그대로 하면 어떤 자영업자라도 매출이 안오를수가 없다고.
그래서 내 경험을 풀고싶어서 글을 쓰게 됐다.
내가 매출을 올린 방법은 이렇다.
가게는 어차피 손님도 없으니 일단 직원에게 맡겨놓고 닥치는대로 잘되고 유명하다는 식당에 가서 먹어보고
이것저것 그 가게에 대해 적어왔다. 특히 내가 하는 메뉴의 유명한 가게를 많이갔다.
그렇게 몇 개월 하다보니 공통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서 장사와 마케팅 책들을 읽었더니 이론과 실무가 머릿속에서 합쳐졌다.
그제야 비로소 내 가게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들을 대충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1. 가게에는 과목이 있다. 손님입장에서 내 가게를 평가하는 과목들을 먼저 정해야한다. 4개에서 5개 과목정도 정하는게 좋다.
그리고 이 과목들은 내 기준이 아니라, 정말 손님들이 가게를 평가할때 보는 항목이어야한다.
내가 정한 내 가게의 과목 다섯개는 맛, 위생, 분위기, 서비스, 스토리다.
2. 이 과목들을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여기서 최고수준은 내가 돌아다녔던 잘되는 가게에 맞춘다.
가령 ‘친절도’라는 과목을 정했다면 내가 방문했던 가게중 가장 높은 친절도 점수를 가진 가게를 따라해서
그 수준에 근접하게 가게를 만든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잘하는곳 따라하면 기본은 간다.
3. 내가 하는 이 메뉴, 이 업종에 관해서는 우리 가게가 전국 최고라는 메시지를 고객에게 줘야한다.
내가 이 메뉴를 정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그것을 알려야한다. 그게 없다면 내 인생 전체를 되돌아봐서라도
이 메뉴와 연관된 스토리를 찾아 발굴해야한다. 고객에게 설득시켜야한다. 이 메뉴는 이 가게가 정말 최고구나! 하도록.
4. 각 과목에서 최고점에 도달했다면 이제 마케팅이다. 알려야 한다. 과목들이 낙제점인 상태에서 마케팅은 독이다.
돈써서 내 가게가 별로라고 알리는꼴밖에 안된다. 하지만 내 가게의 레벨이 최상위까지 올라갔다면 마케팅은 힘을 발휘한다.
가끔 마케팅을 꼼수나 반칙으로 생각하는 사장님들이 있는데,
본인이 지금 가진 물건중에서 광고홍보 안하는 물건 몇 개나 있나 찾아보라고 말하고싶다. 일단 소비자가 알아야 살 것 아닌가.
세계 최고 기업인 애플, 삼성도 마케팅이나 홍보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데,
하물며 내가 뭐라고 마케팅을 안한다는 이상한 곤조를 부린단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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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아싸 카페에 매장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글을 쓴적이 있는데, 자세한 방법을 쪽지와 댓글로 물어보신분들이 많았는데
그때는 그냥 넘겼다가, 오늘 새벽에 잠도 안와서 한번 글을 써봤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단 한분에게라도 제 경험이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반말로 적은건 저 스스로 몰입하려고 그랬으니 양해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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