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퇴사하고 시골 레스토랑을 하고 있는 이로아빠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퇴사를 한 지 벌써 9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2014년 추웠던 겨울에 10년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앞으로의 삶을 새로 시작해 보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러고는 1년여의 시간을 두고 자영업을 결심하게 되었죠.
사장님들은 어떻게 자영업을 하시게 되셨을까요?
요즘은 퇴사가 유행입니다!
어렵고 힘든 취업에 성공해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을 해도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빠르게 퇴사를 준비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 우리에겐 일이 중요한 만큼 삶은 더욱 중요합니다.
이제 일과 삶이란 뗄래야 뗄 수 없습니다.
저도 직장을 다닐 때는 일과 삶이 하나인 듯 살아갔습니다. 좋아하는 취미가 일로 이어졌고 재밌고 즐겁게 일을 했습니다.
작은 회사를 키워가는 성취감도 높았고 일의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10년간 해온 일이 나의 삶과 조금씩 어긋나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주저하지 않고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조용한 퇴사, N잡, 프리랜서, 재택근무, 워케이션 등 일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유연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일의 트렌드가 참 빠르게 변화한 것 같습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이후 더 힘들어지고 있는데, 우리들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요?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시나요?
퇴사 후 자영업을 한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퇴사 후 자영업을 선택한 결심에 후회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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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없는 퇴사는 힘들어요
퇴사 후 자영업을 한다면 모든 사장님들께서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뜯어 말리시는 것 같아요.
그만큼 힘들기도 하고, 회사 밖은 전쟁이고 지옥이라 하니까요.
저는 퇴사후 창업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너무나 만족스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장사가 엄청 잘되서 그런게 아닙니다.
당연히 회사 다닐때 보다 수입은 적어졌습니다. 많이 벌려고 자영업을 선택한것은 아니었어요.
적게 일하고 조금 벌지만 조금 쓰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주4일 영업만 하고, 일년에 한두달은 긴 휴가를 갖으며 일과 삶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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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 치앙마이 한달 살기 중 <빠이캐년>
지금부터 퇴사 후에 삶의 질이 월등히 좋아진 제 얘기를 들려드릴게요.
저는 퇴사를 하고, 자영업을 결심할 때까지 1년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막상 퇴사를 결심한 후 회사를 나오게 될 때까지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
-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 나의 장점이 무언지
- 경쟁력이 무언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회사에선 일만 열심히 했지, 나의 삶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갖지는 못 했던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지금 퇴사를 고민하시고, 자영업을 준비하신다면 반드시 나에 대해서,
나의 삶에 대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퇴사 후 나의 삶을 찾아가는 데에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는데, 1년이란 꽤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기간 동안 다시 취업 도전도 해보고, 경력을 살려서 사업 아이템도 구상해 보고, 새로운 일이라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등
많은 고민을 하고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정말로 집중했던 것은 나에 대해서 더 확실하게 알아가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 잘 하는 것은 무엇일까?
-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지나온 삶도 돌아보고, 회사를 나온 이유도 되새겨 보고, 앞으로의 미래도 꿈꾸어 봤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과, 계획, 앞으로의 목표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여행을 하기도 했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기도 했고, 만화방 가서 만화도 실컷 보고, 영화관에서 영화도 실컷 보고 그랬습니다.
카페에 가서 글도 써보기도 하고, 앞으로의 삶에 관한 마인드맵도 그려보고 그러면서 우리를 알아가고 우리의 삶을 찾아갔습니다.
쉬면서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고, 얘기할 시간이 많았습니다. 삶의 여유도 생겼고, 보고 배운 것도 많아졌습니다.
작은 회사에서 소수의 사람들하고만 지내다 보니 마치 그 작은 세상이 전부인 양 여겼지만 일을 그만두고
더 큰 세상으로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쉬는 동안 다양한 박람회, 전시회 등도 다니고, 책도 많이 보고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보내는 이 시간이 너무너무 좋다고 느꼈었고, 앞으로의 삶도 이렇게 여유롭기를 희망했습니다.
일과 삶을 하나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1년 동안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내 와 둘이 매일매일 데이트하듯 시간을 보내고, 함께 하며 이야기했습니다. 당시의 여유로운 삶 자체가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렇게 우리는 '여유' 라는 키워드로 삶의 방향을 정하고, 여류롭게 일하며 살기를 희망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주체적인 사업을 해보자로 결정을 했습니다.
뭔가 좀 멋져 보이게 포장을 하긴 했지만 자영업을 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죠. 자영업을 쉽게 보진 않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만나며,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영업이 결론이다'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자영업을 위해서 먼저 공부한 것은 상권, 위치, 아이템, 타겟 손님, 부동산 관련 계약 등등 이었습니다.
우선 생각나는 것 다 검색해 보고 찾아보았습니다. 주변 곳곳의 맛집과 카페거리도 다녔습니다.
책도 보고, 창업 박람회도 다니고, 부동산도 가봤습니다.
카페에 앉아서는 테이블 수가 몇 개, 주로 나가는 메뉴 가격은 얼마인지, 시간당 손님은 얼마나 오는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꼼꼼히 지켜봤습니다.
자영업은 공부하면 할수록 어려워졌습니다. 특히나 내가 잘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느껴졌습니다.
잘해도 쫓겨날 수 있는 상황, 불합리한 상가 임대차 계약, 건물주의 횡포, 보증금과 임대료, 권리금 등등 어마어마한 비용의 투자.
하물며 손님은 왕이라는 인식과 진상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리가 아파졌고 막상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잘해도 이렇게 어려운데 더군다나 실패한다면? 어우 상상만 해도 어지러웠습니다.
자영업을 하고 계신 모든 사장님들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자영업을 결심한 계기가
나만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자, 내가 원하는 일을 해보자 였는데… 이게 맞는 건가?
자꾸 목표만 거창하게 생각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결국 자영업은 다 똑같지, 다 장사하고, 커피 팔고 음식 파는 거지 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더욱더 고민하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나만의 공간에서, 나의 취향이 한껏 드러나게 꾸며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취향이 비슷한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여유롭게 장사를 해보고 싶다.이런 목표의 결론은?
우리는 시골로 가기로 했습니다!
자영업을 한다며 사람도 없는 시골로? 거기서 무얼 팔 건데? 어떻게 사람들을 오게 할 건데?
물론 쉽지 않겠지만, 차근차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시골로 가기로 한 이유는 매우 간단했습니다. 내 건물 내 가게에서 자영업을 하기로 결정했으니까요.
1층에 가게를 하고 2층에 집을 지으면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수 있을 거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아파트를 팔고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은 시골뿐이었습니다.
상권이 있는 곳, 도심지, 역세권, 오피스 밀집 지역, 먹자골목 등등은 꿈도 꿀 수 없었죠.
사실 그런 곳엔 집이 있는 것도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한적한 시골에 예쁜 카페 같은 집을 떠올렸죠.
그래서 우리는 서울에서 떨어진 시골 마을에 저렴한 토지를 찾아 집을 짓고 가게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 은퇴하면 경치 좋은 곳에서 카페나 할까?"
노년의 은퇴 후 로망이라 생각했던 일이 다가올 현실이 되어갑니다.
좀 더 이른 나이에, 젊을 때 해보자, 혹시 실패하면 다시 회사로 돌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며,
가게가 망하더라도 부동산은 남을 테니까.라는 희망을 갖기도 하며.
1층엔 가게를 하고 2층엔 집을 짓고 일하며 사는 거야. 이 얼마나 좋은 생각인가?라며 들뜬 마음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합니다.
이번엔 주로 부동산 공부, 건축 관련 공부를 했습니다. 특히 토지의 용도와 근린생활시설 허가 관련 공부를 확실히 했습니다.
그래야 가게를 지을 수 있는 땅을 고를 수 있으니까요.
공부를 하며 틈틈이 서울 근교의 시골 마을을 찾아다녔습니다.
남양주, 양평, 가평, 광주 등등 서울의 외곽지에 우리가 생각하는 땅을 찾아다녔습니다.
- 1층엔 가게를 하고, 2층엔 집을 지을 수 있는 작은 땅
- 손님들이 찾아올 수 있을 만한 곳
- 서울과 너무 멀지 않은 곳
- 주변 환경이 예쁜 곳
그런 땅이 과연 있을까?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으니 더욱더 공부에 매진합니다.
창업박람회, 카페쇼, 인테리어 전시회, 건축박람회, 등등 킨텍스, 코엑스, AT 센터 등등 모두 쫓아다녔습니다.
부동산도 더 자주 들르게 되었고, 네이버 부동산도 매일매일 들여다봤습니다.
자금 계획도 세웠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정된 예산으로 토지를 구입하고 건축자금을 마련하는 데까지 계획을 철저히 했습니다.
토지의 크기, 건축물의 크기, 토지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 건축에 들어갈 비용 등 모두 책정해 두었습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가게와 집을 건축할 수 있는 토지를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만 의외로 빨리 찾게 되었습니다.
시골의 작은 도로에 인접한 90평이 채 안 되는 토지, 상가 건물을 건축할 수 있는 계획관리지역의 토지였습니다.
주변은 온통 논과 밭이지만 통행량이 꽤 있는 도로에 인접하여 접근성이 좋았습니다.
토지도 작고 땅의 모양도 오각형으로 예쁘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시골 마을의 작은 땅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인을 만나지 못 했던 것 같은데 우리에게는 너무 좋은 땅이었습니다.
서울 웬만한 곳에서는 차량으로 1시간이 안 걸리는 위치이며, 고속도로 IC에서 멀지 않고, 오는 길이 너무나 예쁜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 1층엔 가게를 하고 2층엔 집을 짓고 산다니... 너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이 땅을 매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https://blog.kakaocdn.net/dn/bqldcR/btso6aZFsJZ/onXqjuaoMfN1tkCSHmhtDk/img.jpg)
처음 땅의 모습
이 땅에 수시로 와보며
- 이 땅에선 어떤 공간이 어울릴까.
- 이곳에 방문하는 손님들은 어떤 손님들일까.
- 그들이 좋아할 만한 것은 뭐가 있을까.
- 이 주변 지역의 상권은 어떨까.
- 우리의 취향과 손님들이 공통점,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이런 생각들을 하고 아내와 대화를 나누며 틈만 나면 우리 땅을 보러 갔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두고 둘러보았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주변을 보았습니다.
한가한 평일과 교통체증이 심했던 주말도 겪었습니다.
![](https://blog.kakaocdn.net/dn/dg2bOB/btspdXRGUVI/1mLNtsJC0kdYdamtikjkp1/img.jpg)
풀이 무성히 자란 땅
그렇게 우리는 시간을 들여 우리의 땅에 세워질 가게 모습과 집의 모습을 상상하며 얘기했습니다.
그런 기간 동안 아내와 저는 둘 다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아내는 파스타 전문점에서,
그리고 아내는 커피와 빵을 배웠고, 저는 건축 과정 공부를 했습니다.
공부하고, 배우고, 전시회와 박람회를 다녔고,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이렇게 또 1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파트는 전세를 내주었고, 오피스텔 원룸으로 이사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건축 설계를 하며, 건축 시공에 들어갑니다.
또 다시 1년 후 우리는 우리의 가게와 집을 완공했고, 이사를 했습니다.
![](https://blog.kakaocdn.net/dn/LyiFD/btso7SKEBqd/D7kLxvNT9xKLasb8i6L89k/img.jpg)
이사 전 건축 사진
이제부터 장사가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퇴사를 하고 3년의 기간 동안
나를 알고 나의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
자영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공부하며 아르바이트한 과정,
내 집과 내 가게를 짓게 된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기나긴 이야기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다음엔 초보 자영업자가 실제로 장사하며, 겪은 이야기들
광고 홍보 없이, 원하던 고객님들을 만나 소소하고 여유롭게 장사하는 이야기들을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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